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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글

취사병에 대하여



본인은 200X년도에 취사병으로 전역하였다.

취사병은 무엇이냐면 간단하게 말그대로 군대에서 밥하는 군인이다. 

정말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보직으로 중요도는 어떤 군을 막론하고도 높다.

원칙으로는 사회에서 조리자격이 있는 병사를 뽑아가야하지만

그런 귀한 인원은 늘 부족하고 있다한들 그런 귀한인원을 일개 병사식당에 내려보내지는 않는다.

즉 진짜로 조리를 해본 병사들은 최소한 간부식당을 가는게 현실이고

병사식당은 일반 소총수 아무나 뽑아놓고

허접한 후반기 교육 대충 때워서 우격다짐식으로 밥 하라고 강제로 내려 보낸게 대부분이다.

자기 밥도 해본적 없는 애들을 어거지로 가르쳐서 밥하라고 앉혀 놓은게 병사식당 취사병이니 

짬이 맛이 있을리가 있나....



군대에서 안힘든게 어디있겠냐만은 그중에서도 취사병은 

힘듬의 강도가 높은편에 속하는 고된 보직중 하나다.

간단하게 말해서 혼자 밥해먹는것도 귀찮고 힘든데 

수백명의 인원 밥을 매끼마다 만든다 생각하면 

얼마나 짜증이 밀려올지는 대충 예상이 될거라 생각한다.

대략 취사병의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보통 7시 부터 밥을 해야 하니깐 대충 그정도에 일어나서 아침준비를 시작한다.

아침엔 대부분 간단한 요리가 나온다.

일반적으론 맛김 미역국이 높은 확률로 나오고 기본으로 김치가 셋팅된다.

간혹 비엔나 소시지 볶음이 나올때도 있다.

대체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은 다행스럽게도 책정이 되지 않는다.

7시반부터 대략 배식을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아침 배식은 대략 9시까지 하고 이후엔 뒷정리를 실시한다. 

당연하게도 쉴틈 따위는 없다. 즉각 점심준비와 삭재료 수령 준비를 동시에 실시한다.

이때 누군가 휴가를 가서 인원이 비거나 하면 아주 헬게이트 확정.


대략 9시반~10시안쪽으로 부식차량이 오는데 당연하지만 이것도 취사병들이 모두 내린다.

월 수 금 이렇게 3번오며 금요일은 주말이 껴있어서 양이 조금 더 많다.

빨리빨리 정리하면서 식재료들을 손질하면서 점심준비를 같이 해야해서

이때부터는 손이 아주 바쁘다.


국은 불만 올려놓고 재료만 그때그때 넣고 끓이면 되니깐 제일빨리 실시하고

볶음류는 안 휘저으면 타니깐 휘저어야 하는 인원이 한명은 있어야 하니 투입.

그리고 칼질인원을 따로 분배해서 빠른재료를 손질하기에 이른다. 보통은 2명이 투입.

이건 취사병끼리 손발이 잘 맞아야 일이 그나마 덜 힘들다.



볶음류만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튀김류가 배정되면 그날은 좀 힘들다.

기본적으로 튀김은 기름온도가 180도를 넘어야 튀겨지는데 

온도조절 양조절 잘못하면 튀겨지기는 커녕 음식이 삶아지기 때문에 세밀한 조절이 필요하다.

여기는 군대 취사장이라 요리가 실패하면 그야말로 엿된다. 정신바짝 차리고 해야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위험하고 조절하게 많은게 튀김작업이라 

튀김은 갓 배정된 이등병한테는 왠만하면 하라고 하지 않는다. 

겨울은 그나마 밖이 추워서 나은데 

여름에는 무지하게 더운날씨랑 취사장 내부열기가 더해져서 튀김한번 하면 

생지옥을 경험하는게 가능하다. 

여름의 취사장 온도는 기본 50도이상을 육박하기 때문에 몸에 육수가 무한정 떨어진다.

본인이 복무할땐 정수기도 제대로 설치 안되어 있어서 너무 목말라 수돗물을 퍼마신 기억만 난다.


매일마다 밥삽으로 휘젓고 육도로 재료들을 썰고 자르는게 일상이라 

무엇보다도 팔 힘을 많이 요하는 보직이다.

나중가면 자연스래 근육이 생기는 현상을 목격할것이다.

이러다보니 취사병 전역자들을 손목이나 어깨관련 질환이 많다.

필자역시 손목질환을 취사병하면서 얻었고 지금도 좋지않다.


취사병은 여름이 더 힘들다.

일단 더운것도 있겠지만 자잘한 신경쓸게 많아진다.

기본적으로 여름은 식중독 때문에 조리를 더욱 신경써야하며 

행여나 식중독이 발견되면 단체 영창갈 각오 해야하므로 매끼마다 더더욱 긴장을 해야한다.

그리고 잔반 처리도 당연히 취사병의 몫인데 

겨울은 그나마 짬내가 덜한데 여름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그 미친 냄새는 맡아봐야 묘사가 가능하다. 도저히 글로는 표현이 불가능.

수백 수천마리의 구더기의 역겨운 행진은 덤.

매일마다 분리수거 하는데 파브르 곤충기를 찍을정도로 벌레가 무지막지하게 꼬인다.

비위가 좋지 않다면 헬게이트 당첨.



식중독 때문에 여름에는 위생검열도 무척이나 자주 나오기 때문에 

취사장 청소를 더욱 신경써야 한다.

날씨랑 더불어 매우매우 피곤해지는 하루하루를 만끽할것이다.


그렇다고 겨울이 쉬운건 그건 또 아니고 여름에 비하면 나은거지 겨울도 겨울대로 뭐같다.

춥기 때문에 기름보일러에 기름을 늘 채워야하는데 이것도 취사병이 해야한다.

수송대에 전화해서 유류계원 호출하고 드럼통 올리고...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많다.

간혹 기름을 안줘서 뜨거운물을 못쓸데도 있는데 그날은 돌아버린다.

그래도 여름보다는 전체적으로는 나은편이다. 


병사들만 취사장에 있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급양관리관이 따로 존재한다.

취사장에 짱박혀있을수도 있고 기타업무를 볼수도 있는데 일단 취사장에 있을때가 많다.

그러면 아주 헬게이트다. 쉬는것도 못쉰다.

그리고 취사병은 군수과에 반쯤 속해있는거나 마찬가지라

늘 군수관련 간부들의 터치를 받으며 

특히 주임원사가 자주 올 확률이 매우 높아서 늘 긴장해야한다.

휴일? 일요일도 밥먹어야 하니깐 휴일따위 없다.

 우여곡절끝에 저녁배식까지 끝나면 뒷정리를 하고 9시쯤에 내무실로 내려와 저녁점호를 받는다.

대충 이정도가 취사병의 일과다. 

더 자세하게 쓰면 군사기밀이 몇가지 있어서 더 쓰진 않지만 말못하는 고통이 좀 많다.

그래서 취사병을 솔직한말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장점은 무엇이 있는가면

밥을 해야하는게 의무다보니 일반적인 훈련 근무 유격까지 모두 열외다.

이건 당연한것. 

훈련 근무도 다 하는데 밥 하라면 그냥 때려치고 말지 미쳤다고 취사병 하겠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은 휴일이 없는대신 분기마다 4박5일 휴가를 준다. 

진짜로 그거 하나보고 하는게 취사병이다. 

그러나! 이 휴가는 급양관이 나가지마라면 못나가는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수있는 힘없는 휴가라서

재수없으면 일은 일대로 다하고 일반 소총수처럼 휴가도 없는 뭐같은 상황을 맞이할수도 있다. 

누가누가 군대 더 빡시다는 의미가 없지만 

간혹 취사병이 땡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본인도 군대 다시 가게된다면 취사병은 절대 안한다.